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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10년 만의 휴가.."애들 좋아하는 모습에 기쁘다가도 한편으론 미안"

관리자 2019-08-22 14:17:37 조회 14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의 ‘특별한 여름’ 이야기

‘택배없는날’이었던 지난 16일 10년 만에 휴가를 떠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전주안씨는 세 아이와 함께 경기 용인의 한 놀이공원을 찾았다(왼쪽 사진). 같은 날 택배기사 김정훈씨는 경주의 한 펜션 수영장에서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즐겼다. 전주안·김정훈씨 제공

명절 빼고 4일 연휴는 처음

아이들과 물놀이·놀이공원

아내와는 영화 데이트 즐겨

택배기사 전주안씨(43)는 지난 16일 세 아이를 데리고 경기 용인시의 한 놀이공원을 찾았다. 아이들은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를 보고 싶어했다. 유튜브로만 보던 초대형 불꽃이 터지는 순간, 아이들 얼굴이 환해졌다. 한참 불꽃놀이를 보던 아이들은 “내일 또 보러 오면 안되냐”고 물었다. 아빠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이제야 데리고 왔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CJ대한통운 북광주지점에서 일하는 전씨는 15~18일 나흘간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2009년 택배일을 시작하고 10년 만에 떠난 휴가다. 시민들 도움이 컸다. 전국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조는 8월16~17일을 ‘택배없는날’로 지정해 여름휴가를 보장하자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8월13~15일 택배 주문을 자제하자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전씨가 ‘택배없는날’ 운동에 동참한 건 장시간 노동을 공론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민 성원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나중에는 휴가를 안 가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됐다”고 전씨는 말했다. 택배연대는 지난 주말 택배노동자 1000여명이 휴가를 떠났다고 추산한다.

CJ대한통운 남경주터미널에서 일하는 김정훈씨(40)도 그중 한 명이다. 10년 전 택배일을 시작한 김씨도 명절을 제외하고 나흘을 내리 쉬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휴가 때 처음 하는 일이 많았다. 같은 날 휴가를 떠난 영업소 동료들과 ‘첫 야유회’를 갔고, 23개월 된 아들과 함께 ‘첫 물놀이’도 떠났다. 16일엔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내와 단둘이 영화관 데이트를 즐겼다. 

“10년 만에 휴가를 쓰려다보니까 솔직히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내가 아들만 데리고 짧은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만 했어요. 택배기사는 당연히 못 간다고 생각했거든요. 속상하다는 생각도 사실 별로 못한 것 같아요.”

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이다. 주 6일, 하루 약 12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김씨도 오전 6시30분 집을 나섰다가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한다. 일요일 하루는 지친 몸을 달래기도 짧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부모상에도 휴가 쉽잖은데

시민들 도움에 소중한 추억

구조 문제가 놓여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서 연차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개인사업자처럼 자유롭게 휴가를 내지도 못한다. 김씨는 “부모상을 당해도 휴가 쓰는 게 쉽지 않다. 택배기사들끼리는 ‘(연로한) 부모님이 물량이 많은 평일 대신 주말에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한다”고 전했다.

10년 만에 사용한 휴가지만 회사로부터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듣지는 못했다. 회사는 휴가 신청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택배연대 광주장수터미널 지회장인 전씨는 이달 초 조합원들의 휴가 신청서를 모아 지점장에게 전달했다. “안 받을 것을 알면서 왜 가지고 오냐”는 답이 돌아왔다. 회사와 고용관계를 맺은 게 아니기 때문에 휴가 신청도 받을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었다. 다만 급한 택배만 처리해주기로 지점장과 조율했다.

택배노동자 한 명이 하루 평균 처리하는 물량은 250~300개다. 하루 쉬면 그만큼 물량이 쌓인다. 김씨는 “출근 후 쌓인 물량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택배없는날’ 소식을 접하지 못한 고객들로부터 전화도 많이 받았다. 김씨는 “휴가 중이라고 말씀 드리면 대부분이 ‘잘 다녀오라’고 말씀해주셨다. 회사 측에서 미리 고객들에게 공지를 하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없는날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지난 2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활안전서비스법’ 45조에는 “사업자는 종사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휴식 시간 및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택배연대는 법안 이 통과된 후 시행령을 통해 주5일제와 의무휴가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택배없는날 운동이 시민 동참으로 성공한 만큼, 택배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 적 공감대도 확산한다.

복귀 후 쌓인 물량 걱정돼도

꿈만 같은 ‘택배 없는 날’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노동환경 개선의 계기 기대

김씨는 택배없는날에 동참한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남들에게는 하루이틀 쉬는 것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택배기사들에게는 정말 특별한 휴가였거든요. 시민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고 왔습니다. 휴가에서 돌아가면 더 열심히 물건을 배송해드리겠습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2019.08.19